모마 (뉴욕 현대 미술관, MoMA, the Museum of Modern Art) 는 미국 뉴욕에 자리하고 있으며 유튜브를 통해 자체 제작 비디오를 게시한다. 미술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관한 안내나 예술 조류에 대한 토론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작업지도(Tutorials: In the Studio)라는 별칭이 붙은 비디오로서, 작가 자신 또는 작가 겸 큐레이터들이 시청자를 대상으로 붓과 물감 혹은 찰흙이나 직물 등 재료를 다루며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직접 시연하는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작가는 제작자이자 진행자가 된다. 카메라는 그들의 설명에 따라 전체에서 부분으로 또는 역으로 찬찬히 이동하고 그들의 손과 작업 도구, 환경 그리고 작품을 차분하게 보여준다.면밀히 계산된 극적인 장치나 화려한 효과 없이 비디오는 시작부터 끝까지 담담하게 진행된다. 그들의 손 끝에서 나오는 작업을 카메라를 매개로 하여 구경하는 것은 참으로 흥미진진하고 변화무쌍하며 구체적이다. 비디오 한 꼭지는 30분 남짓 길이며 작가가 언급한 참고 자료나 작품들은 예외없이 친절하게 곁들여져서 시청자로서는 미진한 부분을 느낄 수 없다.
작업을 하면서 흘러나오는 작가들의 언어가 내게는 참으로 신기하다. 그들의 언어는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자칫 같아 보이는 것을 구별하고 개인적 선호를 스타일로 승화한다. 색과 선, 형태, 무게감, 그림자, 전체와 세부, 있음과 없음, 의도와 우연에 관해 작가들은 말한다, 아니, 언어로 표현을 할 수 있다. 비디오에서 등장하는 언어는 대부분 영어지만, 길거나 무겁거나 복잡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볍고도 일상적인 단어를 편안하게 쓰면서도 맥을 잃지 않고 의도를 전달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언어과 자유, 그리고 예술에 대해 생각한다. 예술을 이렇게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언어의 수준을 높여준다고 믿는다. 신선한 언어로 표현된 예술은 진부하지 않고 레몬처럼 상큼하다. 일상의 무거운 공기를 휙 하고 뚫어주는 압력솥의 휘파람이 된다. 각진 틀 속에서 박혀 구워진 채 말라가고 있는 식빵 같은 사고가 어느새 느슨해지고 말랑말랑해진다.오랜 무기력을 떨치고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싹이 가슴 속에서 움트는 것을 느낀다.
아, 자유! 바로 이것이다. 예술의 가치는 자유이며 예술가는 자유의 언어를 잃지 않으려 하며 작품을 만들고,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 그들의 표현과 설명으로 예술가 아닌 사람은 자신의 언어에 살을 붙이고 담을 허물고 숨을 쉬고 세계를 확장한다. 내 머리 속 뿌연 안개가 조금은 가시고, 바위같던 사고틀이 갑자기 가벼워진다. 늘 졸개로 살며 알아봐 달라고 아우성을 지르다 갑자기 있음을 알아차리고 고요한 한 존재가 된다.
p.s.) 이렇다면 역사에 악명높은 독재자들이 권좌에 앉자마자 예술을 말살하고 예술가를 억압하는 일을 벌인 것은 우연이 아니었고 필연이 아닐까 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그 비겁한 행위에 스며있는 진짜 이유를 인지하였는지는 짐작할 수 없지만 그들의 유지하고자 했던 시스템과 예술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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